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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5'에 해당되는 글 1건
[lswcap1, 2010/02/25 10:52, Note]

글을 쓴다는 것처럼 어려운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올바른 글쓰기를 위한 자잘한 원칙이나 기술은 배울 수 있겠죠. 복문보다는 단문이 좋다거나 수동형보다는 능동형으로 쓰라는 주로 전략적 접근보다는 지역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기 일쑤입니다. 중요한 문제인 건 분명하지만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게 반드시 좋은 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되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기사 형태는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장점도 많지만 좋은 글쓰기냐고 되묻는다면 딱 부러지게 대답하기도 어렵습니다. 흔히 쓰는 기사 스타일이라는 건 신문에서 주로 보게 되는 역피라미드 형태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말합니다. 역피라미드 형태라는 건 '사안의 핵심을 첫 문장이나 첫 단락에 제시하고 중요 순서대로 관련 정보를 이어 붙이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신문 기사 형태가 역피라미드 형태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학문적 분류를 하자면 관점형이나 서사형, 정보형 같은 형태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 신문은 스트레이트의 영토"라는 말도 있듯이 기사 대부분은 정형화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문은 물론이고 인터넷 미디어가 됐든 심지어 개인 블로그까지도 이런 정형화된 형태만을 따르게 된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역피라미드 형태의 스트레이트 기사는 서두에 밝혔듯 분명 장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정형화됐다'는 문제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쉬운 구조'라는 장점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문 초기에는 해외는 물론 구한말 국내 신문에서도 서사체 스타일을 즐겨 썼다고 합니다. 초기 신문의 이런 스타일이 '인텔리의 언어'였다면 지금의 역피라미드 스트레이트 기사는 '평범한 평민의 언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연합뉴스 교본> 같은 것만 잘 익힌다고 해도 이런 류의 기사 형태를 따라가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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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편식이자 한계를 스스로 설정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뭔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지난 2007년 마지막날 출간된 <스트레이트를 넘어 내러티브로: 한국형 이야기 기사 쓰기>는 한국형 이야기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조금 정리해볼까 합니다.

이야기 기사는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쪽을 굳이 찾자면) 신문 쪽에서 말하는 피처 기사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피처란 묘사 관련 글 쓰기를 동원한다는 의미로 인물이나 공간을 세세하게 묘사해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는 취지로 주로 써먹습니다. 신문에선 이런 기사를 피처 혹은 박스, 스케치 기사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피처 기사와 이야기 기사는 분명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서사구조, 문학에서 말하는 플롯의 차이에 있습니다. 피처 기사라는 건 단순 묘사에 몰두하지만 이야기 기사는 인물이나 공간, 사건의 단순 설명이 아니라 이를 시간·공간적으로 확장합니다.

인물을 얘기한다면 단순 시점의 사건만 보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해당 인물의 몇 년 전 얘기처럼 시간적 확장을 꾀하는 식입니다. 물론 이런 '내재적 접근'을 취하면 주관과 혼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기사는 기자의 판단이 아닌 의미를 드러내는 것뿐입니다. 관찰인 것이죠.

이야기 기사는 여러 면에서 기존 기사와 다릅니다. 보통 우리가 만나는 기사는 사건(Case)에 주목하지만 이야기 기사는 인물(Character)에 주목합니다. 서술이 아닌 묘사가 중심입니다. 앞서 역피라미드 형태에서 언급했듯 기존 기사는 사건 발생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야기 기사는 사건 전개를 드러냅니다.

이야기 기사를 쓰려면 어떤 것에 주목해야 할까요? 저자는 사건이 평범해도 기사를 특별하게 쓸 수는 있지만 이야기 기사 역시 어디까지나 기사이지 수필이 아닌 만큼 이야기 기사의 문장 전략은 철저하게 스트레이트적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팩트에 기반을 둔' 상태에서 '공공의 의제'를 선정하는 것이 이야기 기사 구성의 시작입니다. 그런 다음 사건 자체와 주변을 살피고 공간에 주목을 해서 인물을 찾아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앞서 밝혔듯 공공의 의제라는 대전제가 깔려야 할 것이고 주목해야 할 사건으로는 이미 보도된 기사를 뒤집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 기사를 쓸 때에도 자칫 '소설 쓰는 꼴' 나지 않으려면 첫 문장에 모든 걸 담고 야마(핵심)를 잡는 기존 스타일은 피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걸 설명하지 말하는 것이죠. 이야기 기사에서 플롯, 사건의 전모를 차근차근 밝히는 기승전결 구조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기사는 점차 갈등을 끌어올리는 형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기사에선 주요 인물의 말을 인용 형태로 보여주지만 이야기 기사에선 이를 대화로 들려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물론 묘사는 '모든 걸 담는 작업'이 아니라 '취사선택의 결과'여야 합니다. 또 표현은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담담하고 담백하게 써야 합니다. 정보 자체는 이런 이야기의 틀 안에 자연스레 녹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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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국적 현실에서 이런 이야기 기사를 풀어 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현직 기자들의 익명 인터뷰를 통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일단 연재기사를 꿈꾸되 짧은 기사부터 시작하고 방송을 참고하라는 것 등을 들고 있습니다.

방송의 경우 이런 이야기를 풀어 가는 구조에서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보다 훨씬 앞서있는 게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론 가끔씩 주말에 케이블TV를 통해 <인간극장>을 즐겨 봅니다. KBS가 방영하는 <다큐 3일>도 꽤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이죠. 이들 프로그램은 인물이나 상황을 쫓아 공공의 의제를 자연스레 노출시킵니다.

아무튼 모처럼 책 한 권 읽고 올리려니 민망하기도 하지만 꽤나 즐겁게 읽은 것 같습니다(얇아서 즐거웠던 것도 있습니다만). 물론 다 읽고 나니 가뜩이나 못난 솜씨에 부담만 지게 된 것 같지만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일장춘몽이 죄가 될 리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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